고기 없는 고기, 대체 단백질 푸드테크가 열어가는 창업 시장
지속 가능한 식량 자원 확보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인구 증가, 환경 문제, 동물 복지 논란이 맞물리면서 기존 축산업만으로는 미래 세대의 단백질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대체 단백질(Alternative Protein) 산업이다. 이는 식물성 단백질, 곤충 단백질, 해조류 단백질, 그리고 배양육(lab-grown meat)까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으며, 단순한 식품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창업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Impossible Foods와 Beyond Meat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들은 콩 단백질, 감자 단백질, 식물성 오일을 활용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질감과 풍미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고, 버거킹과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프랜차이즈와 협업하며 시장을 대중화시켰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흐름은 배양육이다. 싱가포르는 이미 세포 배양육 제품의 판매를 승인한 첫 번째 국가로 기록되었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관련 스타트업들이 활발히 투자받고 있다. 곤충 단백질 역시 북미와 유럽에서 ‘단백질 파우더’나 ‘스낵’ 형태로 시장이 열리고 있으며, 해조류 단백질을 활용한 해양 기반 푸드테크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이처럼 대체 단백질은 더 이상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글로벌 푸드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 역시 대체 단백질 산업에서 잠재력이 크다. 이미 일부 대기업이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아직 시장 규모나 소비자 저변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은 분명하다. 채식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완전한 비건이 아니더라도 환경과 건강을 이유로 고기 섭취를 줄이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헬스·피트니스 산업의 성장과 맞물려, 단백질 보충식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기회다. 예를 들어 곤충 단백질을 활용한 고단백 간식이나 단백질 파우더는 이미 해외에서는 보편화된 제품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생소하다. 스타트업이 ‘헬스용 친환경 단백질 간식’이라는 콘셉트로 시장에 진입한다면, 젊은 층과 운동 인구를 동시에 겨냥할 수 있다. 또 해조류 단백질은 한국이 지리적으로 강점을 가진 분야다. 국내 해양 자원을 활용한 대체 단백질 식품을 개발하면, 아시아 시장을 겨냥한 수출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물론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는 소비자 인식 문제다. 아직 한국 소비자들에게 곤충 단백질이나 배양육은 낯설고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 따라서 제품을 단순히 ‘대체육’으로 포지셔닝하기보다, 맛과 디자인,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는 규제 장벽이다. 배양육처럼 새로운 식품군은 법적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셋째는 가격 경쟁력이다. 현재 대체 단백질 제품은 원가가 높아 소비자가격도 비싸다. 따라서 초기에는 틈새시장—예컨대 헬스 보충식, 친환경 간식, 프리미엄 레스토랑 메뉴—을 중심으로 확산시키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후 대중화를 노려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 단백질 푸드테크는 분명히 차세대 먹거리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이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체 단백질을 도입하고 있다. 한국 창업자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도 “적용할 수 있는 틈새시장과 소비자 경험”이다. 건강·환경·윤리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 식품 창업을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K-푸드의 글로벌 경쟁력이 높고, 식품 안전 규제 체계가 잘 갖춰져 있어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되어 있다. 창업자가 올바른 타깃을 설정하고 소비자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전략을 세운다면, 대체 단백질 푸드테크는 한국에서도 머지않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새로운 식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