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1,500만 시대, 펫 서비스 창업이 열어가는 새로운 시장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펫 서비스 산업이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미국의 Rover가 있다. Rover는 반려동물 산책·돌봄을 제공하는 개인과 보호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단순 알바 형태의 펫시터를 넘어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매칭 서비스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또 다른 사례인 Chewy는 온라인 반려동물용품 쇼핑몰로 시작했지만, 정기 배송과 맞춤형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해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원격 수의사 상담, 반려동물 영양제 맞춤 추천, 스마트 기기 연동 건강 관리까지 포함하는 ‘펫 헬스케어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히 반려동물 용품 판매에서 벗어나, 돌봄·건강·생활 편의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을 넘어섰고, 가구 수 기준으로는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시대다. 특히 1인 가구와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인해 반려동물을 혼자 두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에 따른 돌봄 서비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 시장에서 창업 기회는 매우 다양하다. 첫째, 펫시팅·펫데이케어 서비스다. 직장인들이 출근한 동안 반려동물을 돌봐주거나, 주말 여행·출장 시 안전하게 맡길 수 있는 돌봄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단순히 동물을 맡아주는 수준이 아니라, AI CCTV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산책 일정 공유, 건강 상태 체크 등을 결합하면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둘째, 펫 헬스케어 서비스다. 반려동물의 식단과 영양제를 맞춤 추천하거나,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활동량·심박수를 모니터링해 건강 리포트를 제공하는 형태다. 이는 단순 돌봄을 넘어 장기적 건강 관리 시장으로 확장될 수 있다. 셋째, 펫 모빌리티·펫택시 서비스도 유망하다. 한국에서는 대중교통에 반려동물을 태우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병원·미용실 이동을 위한 전용 이동 서비스가 점차 수요를 얻고 있다.
하지만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펫 서비스 산업은 신뢰가 핵심이다. 반려동물은 가족 구성원처럼 여겨지기 때문에, 보호자가 믿고 맡길 수 있도록 인증된 인력, 투명한 후기 시스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 둘째는 법적·제도적 기반이다. 한국에서는 반려동물 관련 법률이 아직 세부적으로 정비되지 않아, 돌봄 중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창업자가 단순 서비스 제공에 그치지 않고, 보험사와 연계해 ‘펫 돌봄 전용 보험’을 포함하는 등 제도적 보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셋째는 경쟁 심화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펫 호텔·펫 카페가 급격히 늘고 있지만, 서비스 품질 차이가 커서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전문화·차별화된 서비스 모델이 시장 진입의 핵심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펫 서비스 창업은 여전히 매우 유망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소비는 경기 침체에도 크게 줄지 않는 ‘불황에 강한 산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품질·신뢰를 우선한다. 한국에서는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내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어, 헬스케어·영양식·데이케어·모빌리티 같은 세분화된 서비스가 충분히 자리잡을 수 있다. 창업자가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반려동물을 좋아한다’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전문 지식, 안전 장치, 차별화된 서비스 경험을 종합해, 소비자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반려동물 1,500만 시대에, 펫 서비스 창업은 단순한 틈새시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새로운 생활 인프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