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4월 6일, 가스 사업가 프리드리히 엥겔호른은 만하임에서 ‘Badische Anilin- & Sodafabrik(BASF)’를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했다. 그는 석탄 타르에서 얻는 아닐린을 기초로 원료–중간체–염료까지 한 회사 안에서 일관 생산하겠다는 당대 기준으로도 과감한 수직 통합 구상을 세웠고, 토지 매입이 뜻대로 되지 않자 라인강을 건너 루트비히스하펜 쪽에 대규모 공장을 지으며 본격적인 화학기업의 길을 열었다. 설립 이듬해에는 독일 화학업계 최초로 상주 산업의사를 채용해 안전·보건 관리의 제도화를 서둘렀다.
19세기 말 BASF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킨 사건은 ‘합성 인디고’다. 아돌프 폰 바이어가 1868년 구조를 규명하고 이후 합성 경로를 연 뒤, BASF는 공정 개발과 대규모 설비 투자 끝에 1897년 상업 생산에 성공했다. 이는 인도·동남아의 재배 인디고에 의존하던 전통 염료 시장을 근본부터 재편했고, ‘자연물 기반 색소→합성 유기염료’로 전환하는 산업사의 상징적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1908년부터 BASF의 칼 보슈 팀은 카를스루에 공대의 프리츠 하버가 확립한 질소고정 반응을 공업화하는 장대한 실험을 시작했고, 1913년 오프아우에 세계 최초 암모니아 합성 플랜트를 가동했다. 촉매 탐색에는 알빈 미타쉬가 큰 족적을 남겼고, 이 공정은 비료·화약의 원료 공급 체계를 바꾸며 20세기 화학공업의 뼈대를 만들었다.
그러나 성장의 길은 늘 순탄하지 않았다. 1921년 9월 21일, 오프아우 질소공장에서 질산암모늄/황산암모늄 비료 혼합물의 응집을 폭파로 풀어내던 작업 중 대폭발이 발생해 50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대 산업사에서 가장 참혹한 비료 폭발 중 하나였고, 이후 공정안전·폭발위험 관리의 교훈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1925년 BASF는 바이엘, 훽스트 등과 합병해 초거대 화학 콩글로머릿 IG 파르벤을 결성했다. 이 조직은 전간기~제2차 세계대전기에 독일 화학·제약을 사실상 좌지우지했으나, 전쟁범죄 관여 문제로 연합국에 의해 해체되며 전후 재편의 소용돌이를 겪었다. BASF는 해체 과정 이후 다시 독립 기업으로 재출범해 루트비히스하펜을 중심으로 재건을 시작했다.
전후 BASF가 구축한 경쟁우위의 핵심은 ‘Verbund(베어분트)’라는 운영 체계다. 기초화학부터 고부가 제품까지 공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steam cracker–중간체–파생제품), 부생물을 다른 공정의 원료로 재활용하며 에너지·물류 인프라를 한 묶음으로 최적화하는 방식이다. 루트비히스하펜은 이 개념이 태어나고 다듬어진 본산이자, 약 10㎢ 규모의 ‘세계 최대 단일 부지 통합 화학 콤플렉스’로 알려져 있다.
오늘 BASF는 루트비히스하펜(독일), 앤트워프(벨기에), 프리포트·게이즈머(미국), 콴탄(말레이시아), 난징(중국)의 6개 Verbund 사이트와 전 세계 수백 개 생산거점을 운영한다. 중국 잔장(廣東)에는 2030년까지 최대 100억 유로를 투자하는 신규 Verbund가 건설 중이며, 2025년 4분기 시운전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글로벌 분산과 통합은 지역별 에너지·원료 여건 변화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장치이기도 하다.
포트폴리오 면에서는 촉매·코팅·기능성 소재·농화학·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으로 다각화되어 왔다. 2006년 미국 엔겔하드 인수로 배기가스 정화 촉매 등 표면기술 포트폴리오를 강화했고, 2010년 코그니스 편입으로 퍼스널케어/기능성 소재가 커졌다. 2020년에는 솔베이의 폴리아마이드 사업 일부를 인수해 PA66 체인을 보강했고, 2021년에는 안료 사업을 DIC(선케미컬)에 매각해 포트폴리오를 재정렬했다.
기후·에너지 전환의 압박 속에서 BASF는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Scope 1·2 배출 25% 감축, 2050년 순배출 ‘넷제로’를 그룹 차원의 중장기 목표로 두고 있다. Verbund의 에너지 네트워크 최적화, 전력 탈탄소, 공정 전동화/전기보일러, CCU·순환원료 등이 병행되고 있다.
요컨대 BASF의 창업사는 ‘석탄타르 부산물에서 시작한 합성염료’와 ‘암모니아 공업화’라는 기술사의 분기점 위에, 전후의 뼈아픈 반성과 재건, 그리고 Verbund라는 운영 철학이 층층이 얹힌 역사다. 루트비히스하펜이 상징하듯 이 회사의 강점은 한두 개 히트상품이 아니라, 원료–에너지–물류–공정을 거미줄처럼 엮어 ‘낭비를 원료로 바꾸는’ 시스템 그 자체에 있다. 16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그 시스템은 전략·조직·투자 결정을 관통하는 BASF의 언어로 남아왔고, 지금도 각 지역의 서로 다른 제약과 기회를 묶어 하나의 산업 운영체계로 번역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