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로 시작된 거대한 실험
1994년, 월스트리트의 신성 헤지펀드 D.E. 쇼에서 잘나가던 젊은 부사장 제프 베조스는 안정된 길을 버릴지 말지 고민했다. 인터넷 이용자 수가 매년 2,300% 성장한다는 리포트를 본 순간 그는 확신했다. “이 시장은 거스를 수 없다.” 그러나 모든 걸 포기하기에는 리스크가 컸다. 그때 그가 꺼낸 사고 도구가 바로 **“후회 최소화 프레임워크(Regret Minimization Framework)”**였다. 8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안전한 길을 갔던 것”보다 “도전조차 하지 않은 것”을 더 후회할 거라고 결론내렸다. 그 순간 아마존의 첫 페이지가 열렸다.
베조스는 부모와 가까운 투자자 20명에게 ‘온라인 서점’을 설명하며 50만 달러를 모았다. 당시 그의 프레젠테이션은 단순했다. “책은 가장 보편적이고, 카탈로그를 디지털화하기에 적합한 상품”이라는 것. 1995년 차고에서 시작한 Amazon.com은 며칠 만에 전 세계 50개 주와 45개국에서 주문을 받았다. 그러나 초반에는 시스템이 과부하로 자주 멈췄고, 직원들은 직접 책을 포장하고 우체국에 날랐다. 거대한 혁신의 출발은 매우 원시적이었다.
아마존은 곧 ‘온라인 서점’을 넘어섰다. 베조스는 스스로를 “Day 1 철학"으로 무장시켰다. “기업은 언제나 첫날처럼 민첩하고 배고파야 한다.” 그래서 그는 늘 새로운 카테고리를 추가했고, 2000년대 초반에는 마켓플레이스, 2006년에는 AWS(Amazon Web Services)를 내놓았다. 특히 AWS는 당시 대부분이 ‘서점이 웬 서버 사업이냐’며 비웃었지만, 지금은 아마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경영 방식은 극단적이면서도 실험적이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데이터와 고객 집착”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경쟁자에게 매달리면 뒤처진다. 고객에게 집착하면 앞서간다.” 이 철학은 무료배송을 넘어 프라임(Prime) 회원제 같은 혁신을 낳았고, 오늘날 전 세계 수억 명이 ‘프라임 생태계’에 묶여 있다.
실패도 많았다. 파이어폰(Fire Phone)은 처참히 망했고, 수많은 프로젝트가 사라졌다. 그러나 베조스는 이렇게 말했다. “아마존의 규모에 걸맞은 실패를 충분히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충분히 큰 혁신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패조차 조직의 자산으로 삼아 새로운 프로젝트의 연료로 바꾼 것이다.
베조스의 개인 프로젝트화된 삶은 우주로도 확장됐다. 그는 블루 오리진(Blue Origin)을 설립해 “수백만 명이 우주에서 살고 일하는 미래”를 그렸다. 이 역시 현재 기준에서는 과장된 비전처럼 보이지만, 초기 인터넷 서점이 그랬듯, 미래를 먼저 살아보는 실험이라 할 수 있다.
제프 베조스의 스토리는 단순한 부호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한 개인이 자기 삶을 조직처럼 경영하며, 프레임워크를 도구로 삼고, 실패를 프로젝트처럼 관리하며, 끊임없이 확장을 시도한 사례 연구다. 아마존은 기업이지만 동시에 베조스라는 개인의 실험실이기도 했다.
“I knew that when I was 80, I would never regret trying.”